2023.1.17/뉴스1
2023.1.17/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3% 미만의 낮은 금리로 가계대출을 받은 비중이 지난해 연중 전체의 8% 수준으로 급감했다.

재작년에는 3% 미만 금리가 신규 가계대출의 60%를 웃돌 정도로 가계 자금조달 여건은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이 빠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지난달 7% 이상 고금리로 가계대출을 받은 비중은 12%에 육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다.

29일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지난해 연간 가계대출 신규취급액 중 3% 미만 금리를 적용받은 비율은 전체의 8.1%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64.3%)과 비교해 8분의 1 토막에 불과하며 1년 새 56.2%포인트(p) 급감했다.

심지어 지난해 말에는 3% 미만 금리를 적용받은 신규 가계대출 비중이 1% 선까지 주저앉은 것으로 조사됐다. 각각 10월 1.7%, 11월 1.0%, 12월(잠정) 1.6%로 나타났다.

한은이 2020~2021년 제로금리에서 3.50%로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동안 가계의 대출 환경과 금리·이자 부담이 빠르게 나빠진 상황으로 풀이된다.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가계대출 비중 (신규취급액 기준, %, 한국은행)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가계대출 비중 (신규취급액 기준, %, 한국은행)

 

사실 9년 전인 2014년만 해도 3% 미만 저금리 가계대출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1%대로 인하되면서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를 연 2015년부터는 3% 미만 금리로 받은 가계대출 비중이 쭉 두자릿수 행진을 이어왔다.

저금리 가계대출이 정점을 찍은 것은 2020년이었다. 지난 2020년 8월에는 3% 미만 신규 가계대출 비중이 89%에 달했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0.50%로 낮아진 영향이었다.

이후로는 서서히 감소해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2022년부터는 10%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지난 연말에는 단 1%만이 3% 미만 금리를 적용받은 것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3.50%에 이른다. 작년 초만해도 1.00%였지만 1년 새 2.50%p 급등했다. 연중 사상 첫 7연속 인상과 두 번의 '빅 스텝'(한 번에 0.50%p 인상)을 거친 결과다.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가계대출 비중 (신규취급액 기준, %, 한국은행)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가계대출 비중 (신규취급액 기준, %, 한국은행)

 

작년 은행에서 7% 이상 고금리를 적용받은 신규 가계대출 비중은 6.8%로 조사됐다. 지난 2021년 2.1%에서 한 해 동안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7% 이상 고금리 비중을 월별로 보면, 연중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작년 12월 11.6%에 달했다.

예금은행 신규 가계대출 통계를 월별로 봤을 때 7% 이상 금리를 적용받은 비중이 이같이 높았던 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15.6%)이 마지막이다.

특히 12% 이상 초고금리로 가계대출을 받은 경우도 증가세를 이어가 지난 12월에는 2012년 1월(3.2%) 이후 가장 높은 3.2%를 기록했다.

작년 2월만 해도 12% 이상 높은 금리로 가계대출을 받은 비중은 0.6%에 그쳤다.

이러한 가계 이자 부담 증대는 대출 연체율을 높여 금융안정을 악화하며 가계의 소비여력을 낮춰 최근 경제 성장을 지탱해 온 민간소비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

한은은 지난 25일 분석 보고서에서 작년 4분기 위축된 민간소비에 대해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면 완만한 증가 흐름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가계 소비여력 저하와 주택가격 하락 등을 감안할 때 회복 모멘텀은 당초 예상을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자 비용 급증 등으로 인해 대내적으로 소비 부진은 장기화될 전망"이라며 "올해 전기 대비 평균 0% 초반 성장 속에 연간 성장률은 1%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도 "올해 민간소비는 고물가·고금리 환경에 고용시장 악화가 더해져 둔화세가 심화될 것"이라면서 "대내외 수요 둔화가 상반기 지속되면서 연간으로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1.3%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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