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1909년 독일 면역학자 폴 에를리히(Paul Ehrlich)가 개발한 최초의 매독치료제 '살바르산'(Salvarsan-606)은 지금까지도 인류 역사상 독으로 독을 제압한 대표적인 의약품 개발 사례로 꼽힌다.

특히 성분명에 붙는 606은 에를리히가 매독의 원인균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기 위해 사용한 비소 화합물의 번호다. 에를리히는 약 개발을 위해 비소를 기반으로 한 수백개의 화합물을 만들었는데 606번째 후보물질을 투여한 토끼에서 그 효과를 확인했다.

매독은 당시만 해도 하늘이 내린 금기를 어긴 사람에게 찾아오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었다. 매독과 같은 성병은 15세기부터 약 400여년간 유럽과 남미 등 전역을 휩쓸었다. 콜롬버스, 슈베르트, 슈만, 고흐, 고갱, 링컨, 니체, 모파상 등 여러 유명인사들이 매독에 시달렸거나 매독이 직간접적 사망 원인이 됐다.

15~16세기에는 매독균으로 인한 피부 병변 부위에 수은을 바르기도 했는데 이러한 방법은 수은 중독 등으로 인한 피부 괴사로 이어져 더 많은 사람을 고통으로 몰아넣을 뿐이었다.

이에 18~19세기 의과학자들은 매독의 원인과 치료 방법 개발에 몰두한다. 에를리히도 그 중 하나였다. 특히 그는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균만을 공격하는 약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매독균만을 사멸시키는 약물을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유기 화합물을 연구하면서 평생 비소에 관심을 가졌다. 비소는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죄인에게 내린 사약에 들어있는 독으로 유명하다.

실제 에를리히는 수백개의 비소 화합물을 만들어 1호부터 하나씩 검증해 나갔는데 이 비소의 독성이 매독균을 없애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605호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606호 후보물질 살바르산은 달랐다. 매독균을 감염시킨 토끼를 대상으로 살바르산을 투여한 결과 단 1회 투여로 매독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에를리히와 연구팀은 이 결과를 갖고 곧바로 임상시험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1910년 독일의 화학회사인 훽스트에서 세계 첫 매독치료제를 상업화하기에 이르렀다. 이 살바르산은 전세계 매독 환자 치료를 위해 빠르게 팔려 나갔고, 1940년 페니실린 등장 이전까지 가장 효과있는 약으로 기록됐다.

문제는 시판 이후 발생했다. 당시 살바르산은 분말 형태로 공급했는데 의료 현장에서 살바르산을 멸균 주사로 처리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과정에서 오염과 부적정 용량 투여 등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1912년 904호 화합물로 살바르산을 개선했지만, 이 살바르산을 투약한 환자 38명이 사망하면서 에를리히는 법정에서 살바르산의 효과성을 증명해야 했다. 결국 그는 무죄로 풀려났지만 1915년 뇌졸중으로 생을 마감했다.

한편 살바르산은 현재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개발 이후 매독 환자 감소에 크게 감소시켰으며, 1940년에 부작용이 없는 항생제 페니실린이 등장하면서 그 자리를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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