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임상준 신임 환경부 차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7.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임상준 신임 환경부 차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올여름 집중호우 피해의 한 원인으로 '물관리 일원화' 정책이 지목되며 수자원 관리 기능을 다시 국토교통부로 되돌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당은 관련법 발의까지 나서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성이 낮은 데다 환경부도 적극 진화에 나서며 물관리 정책 주무부처 이관은 책임공방만 오가다 봉합되는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4일 정치권과 환경부에 따르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물관리 업무 전반을 국토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환경부가 담당 중인 치수(治水) 기능은 전 정권인 2018년과 2020년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온 바 있다. 개정안은 이를 되돌리는 것으로, 집중호우 피해 책임 소재 일부를 야당에 넘기는 여론전의 성격도 짙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홍수 피해의 원인으로 환경부 역량부족을 지적하면서도, 이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지난 정부의 섣부른 물관리 일원화 정책을 꼽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물관리 업무를 제대로 하라"며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으면 국토부로 다시 넘겨라'는 취지로 질타한 바 있다. 여당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 발언이 전해진 뒤 물관리 이원화 회귀 주장이 터져 나오면서 정부조직법 개정 논의가 급부상했다.

그러나 여소야대 의석수 구도상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의결이 불투명하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은 데다, 정부여당도 국토부 재이관에 부정적 입장을 잇달아 내놓으며 관련 논란이 다시 진정되는 국면이다.

특히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을 지내다 환경부로 내려온 임상준 차관은 최근 국회 환노위 소위에서 윤 대통령의 물관리 정책 관련 엄중 질책 발언에 대해 "그렇게 실제 하시겠다는 뜻으로 발언하신 건 아니라고 들었다"며 "좀 감정이 격해지셔서, '제대로 못 할 거면 그만둬' 이런 분위기로 말씀하셨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물관리 일원화 때문에 이게 문제가 생겨서 국토부로 다시 넘기겠다는 얘기가 그냥 대통령이 화나서 한 얘기인가"라며 "여당에서 지금 그런 논의가 있는데 (대통령실과 정부와는)전혀 관련이 없느냐"고 재차 캐물었다.

임 차관은 "대통령께서는 넘기겠다는 말씀만 하신 게 아니고, 당에서도 그런 말씀들이 좀 있고 그러니까 대통령께서는 잘하라는 뜻으로 질책했다고 들었다"면서 "대통령실이나 정부하고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 과정에) 큰 관계는 없다고 저는 전달을 받았다"고 국토부 재이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일단 (물관리 기능이 국토부로부터) 넘어온 지가 5년이 됐고, 직원들도 다 넘어왔다"며 "하천은 좀 늦게 온 면은 있다. 하천은 작년 1월에 와서 조금 적응 기간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김경희 이천시장, 송석준 의원 등 관계자들과 3일 경기도 이천시 청미천 유역을 찾아 풍수해 대비 하도 정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2023.8.3/뉴스1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김경희 이천시장, 송석준 의원 등 관계자들과 3일 경기도 이천시 청미천 유역을 찾아 풍수해 대비 하도 정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2023.8.3/뉴스1

치수 기능의 국토부 이관까지 저울질해 오던 대통령실과 정부는 최근 들어 조직개편을 통한 환경부 물관리 기능강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양새이다.

물관리 사령탑을 흔드는 대신 환경부가 전담, 주도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정치권도 수해를 계기로 지방 주요 하천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하천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환경부에 힘을 실어줬다.

한 장관 역시 최근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의)엄중한 질책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물관리와 관련한 대통령의 대대적인 개편 지시사항을 철저히 이행하고, 치수와 안전 관련 조직의 인력 개편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환경부 내부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치수 기능의 국토부 재이관 이슈는 향후 수해 재발 시 언제든지 다시 재점화할 수 있다. 장마 종료 이후 태풍피해 최소화 및 내년 여름철 수해피해 여부·규모에 따라선 당·정·대 기류가 다시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환노위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피해를 계기로 하천법이 통과되고 기재부도 향후 적극적 예산 지원을 약속한 만큼 급한 불은 끈 셈"이라며 "국토부 재이관에 대한 사전검토가 충분치 않았던 만큼 급하게 추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환경부의 개선 작업을 기다리며 상황 변화를 지켜보는 게 우선일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물관리정책실에 국토부 출신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대대적 쇄신 인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환경부 정책과 예산, 인사 전반을 관장하는 기획조정실장에 국토부 출신 인사가 발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투데이 www. e-today.kr

경제투데이는 경제, 금융, 기업, 산업, 부동산, 정책 등 다양한 경제 분야의 최신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제투데이는 20년 21년 22년 연속해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보도평가에서 '경제보도' 부문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경제투데이는 독자 평가와 영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로써 경제투데이는 독자들에게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경제 전문지 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안내 기사의 수정 및 삭제는 정기구독자 에게만 서비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