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3.8.1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맏형 지위를 잃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경제인협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환골탈태에 나선다. 가장 큰 관심은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지만, 전경련은 '싱크탱크형 경제단체' 전환에도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이날 임시총회를 열어 기관명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도 가시화됐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1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전경련 회원 승계와 관련해 보고를 마쳤다. 한경연 회원사인 SK그룹 계열사도 이사회에 현안 보고를 마쳤고, 현대차그룹과 LG그룹도 전경련 복귀를 논의 중이다.

4대 그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에서의 회원 자리는 유지했다. 4대 그룹 계열사들은 이번 흡수·통합으로 자연스럽게 전경련에 복귀할 전망이다.

전경련은 4대 그룹 복귀 외에도 '한경협'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판 헤리티지 재단으로의 전환이다.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서 "연구기능은 전경련의 메인 파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은 1973년 설립된 미국의 보수주의 성향의 싱크탱크다. 경제·정치·안보·외교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정책을 연구하고,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경련이 한국판 헤리티지 재단을 꿈꾼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2011년 허창수 전 회장 시절부터 헤리티지 재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이 크게 휘청할 때도 싱크탱크로의 역할 강화 목소리가 컸다.

경제단체가 싱크탱크 형태로 전환하면 회원사들의 이익을 주장할 때보다 객관적인 근거를 내세울 수 있다. 기존 전경련 체제에서는 이슈 대응 수준의 연구에 그쳤다면, 새 얼굴의 한경협은 선제적인 연구로 글로벌 수준의 대안 제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도 4대 그룹 수준의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연구기관을 갖고 있지만, 개별 연구로만 진행돼 이를 묶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경협은 기업 자체 연구의 간극을 메우고, 아직 연구기능이 부족한 기업들의 몫까지 수행할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경련이 싱크탱크화 되면 보고서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정책을 낼 수 있다"며 "단순히 로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직무대행. 2023.2.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직무대행. 2023.2.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외에도 지적받아왔던 정경유착 문제는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차단한다. 회원사를 포함해 사회 각계에서 추천받은 명망가를 엄정한 기준으로 위원들을 구성할 방침이다.

국민 소통 기능도 강화한다. 이미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필두로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식사' 행사를 진행했고, MZ세대들로 구성된 청년 전경련 자문단(청년전자) 1기도 출범했다. 경제단체로서 단순히 기업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으로 국민들의 이익까지 아우른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목적이다.

황 교수는 "그동안 대기업들은 수혜 집단으로 인식돼 위축되는 경향도 없지 않았는데, 새로운 한경협은 기업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라는 점을 목소리 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기존의 연구 기능을 좀 더 대외적으로 확장하면 글로벌 수준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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