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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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현재의 글로벌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국제적인 고금리 조기 해소 기대를 '섣부른 예단'으로 평가하고 국내 물가의 경우 목표 수준인 2% 상승률에 언제 안착할지 불확실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내부 분위기도 비슷하다. 지난달 기준금리 결정 회의 의사록을 보면 '추가 금리 인상'이나 '추가 금리 조정'에 관한 위원들의 언급이 눈에 띄며, 금리 인하 조짐으로 해석될 대목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16일 한은이 펴낸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보면, 향후 통화신용정책 방향을 둘러싼 주요 고려 사항으로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 안착 불확실성'이 가장 먼저 거론됐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안정 목표 수준인 2%에 안정적으로 수렴할지 여부와 그 시점에 대해 아직 상당한 수준의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다"고 분석했다.

평소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할 전제로서 '물가 상승률의 2% 수렴'을 밝혀 왔다. 한은은 물가 안정이 제1 목표인 중앙은행으로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에 안착하는지 증거를 확인한 이후 인하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한은이 국회로 제출할 보고서에 사실상 '물가가 2%에 안정되게 수렴할지, 그 시점이 언제일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경제 주체들에게 현재와 같은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한 조치로 풀이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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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관한 또 다른 고려 사항으로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을 꼽았다.

한은은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 종료와 향후 금리 인하 시점에 집중되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데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긴축 기조가 장기간 지속(higher for longer)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내 견조한 고용상황 등으로 양호한 경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연준이 물가 상승률의 목표치 수렴에 확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고금리를 오랜 기간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만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렵다. 특히 현재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p)에 이르기에 글로벌 고금리 기조 속 선제적인 인하 조치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14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서 "연준의 높은 정책금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지금 커지고 있다"면서 "국제적인 고금리 환경이 조기에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은 섣부른 예단이 될 수 있어 우리도 이에 유의하면서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실히 금리 인하보다는 현 수준의 금리 장기화 또는 추가 인상 쪽에 치우친 발언이다.

 

지난달 개최된 한은 금통위 (자료사진) /뉴스1
지난달 개최된 한은 금통위 (자료사진) /뉴스1

금통위 분위기도 대동소이하다. 특히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던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A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0%로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면서도 "향후 주요 지표가 물가의 하향 안정 및 금융불균형 해소를 시사하는 수준인지를 면밀히 점검해 가면서 필요 시 추가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정책 긴축의 강도를 조정하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요 시 추가 금리 인상'이라는 발언을 통해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백히 한 셈이다.

또 다른 B 위원도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에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주요국 통화정책 추이에 따른 외환시장 움직임,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의 안정 경로 등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향후 필요 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C 위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다음 회의 때까지 근원물가 흐름, 환율 등 금융시장 동향과 가계부채 증가 정도,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결정 내용 등을 점검해 가면서 추가로 금리 인상을 할 지 여부를 포함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통위에서 총재를 뺀 6명 중 절반이 '금리 인상'을 명시적으로 테이블에 올렸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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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통위가 실제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엔 걸림돌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걸려 있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의 고려사항 중 두 번째로 '성장세 회복 지연 가능성'을 들면서 "국내 경제는 향후 완만한 소비 회복과 수출 부진 완화로 점차 개선될 전망이지만, 중국 경제의 성장세 약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지속 등으로 하반기 중 대외 수요 개선이 지연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대내적으로는 가계의 구매력 약화, 민간의 투자 여력 위축 등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한은은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가 한동안은 지난 10년처럼 1~2%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그렇기에 부동산 투자는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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