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상가밀집지역 외벽에 전력량계량기의 모습. 2023.6.2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 시내 한 상가밀집지역 외벽에 전력량계량기의 모습. 

 

 4분기 전기요금이 이르면 이번 주 중 확정된다. 한국전력공사(015760)공사는 지난해부터 5차례 걸친 요금조정과 국제 에너지가격 안정세 속에 역마진 구조는 일단 해소됐지만,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제유가가 근심거리다. 3분기 소폭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4분기 다시 적자로 주저앉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어 인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200조원을 넘긴 심각한 한전 부채 상황을 감안해 에너지업계는 4분기 요금인상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에 전향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선(先)구조조정을 언급하고, 서민물가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도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산업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18일 3분기 전기요금 산정을 위한 기초자료를 산업부와 기재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산업부 고시에 따르면 한전이 적용 직전월 16일까지 산업부와 기재부에 요금산정 자료를 제출하고, 산업부 장관이 적용 직전월 20일까지 이에 대한 별도 의견을 내지 않으면 그대로 요금이 확정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 조정요금의 경우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의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h당 ±5원 범위에서 적용되는데, 이미 최대치인 5원이 적용 중이다.

기후환경요금 역시 1분기 1.7원 인상 이후 올해는 이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결국 기준연료비 결정이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가르는데, 정부가 21일 곧바로 이를 확정해 4분기 최종 요금을 발표할지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을 5차례 인상하면서 정부는 해당분기 요금적용일 전날 등 마지노선에 임박해서 발표하거나, 심지어 올 2분기에는 시한을 한달 반가량 넘긴 5월15일 확정하기도 했다.

한전의 천문학적 부채와 이로 인한 이자부담, 한전채 한계임박 등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그러나 서민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가뜩이나 부진한 우리 산업계·수출 부담 등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아 정부도 쉽사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 5월 소비자에게 판매한 판매단가는 ㎾h당 138.8원, 구입단가는 132.4원을 기록하며 10개월 연속 유지됐던 역마진 구조를 깼다. 6월에는 판매단가(㎾h당 161.0원)와 구입단가(㎾h당 129.8원) 차이가 더 벌어지며 흑자전환 기대감을 키웠지만, 7월 다시 차이가 ㎾h당 7.2원(판매단가 165.7원, 구입단가 158.5원)으로 좁혀졌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인건비와 송변전선로 등 유지관리 비용 등을 감안하면 통상 ㎾h당 10원 이상의 마진이 남아야 최소한의 현상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본다. 이를 감안하면 한전의 흑자전환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더구나 올 1~7월 누적 구입단가는 ㎾h당 154.5원인 반면, 판매단가는 148.9원에 그치고 있어 전반적 역마진 구조는 여전하다는 평가이다.

이 때문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가능하다면 전력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상 필요성 및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방문규 전 국무조정실장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3.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방문규 전 국무조정실장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3.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그러나 당장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기는 대내외적 여건이 만만치 않다. 국제유가 상승세로 당장 석유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조치 추가연장 등 물가인상 억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제유가 등이 전력생산 비용에 반영되는데 수 개월이 걸리는 만큼 물가안정 우선 기조 속에 4분기 전기요금은 일단 동결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상당하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국민들한테 요금조정이 필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 수준이 되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고는 그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며 '선(先)구조조정, 후(後)요금조정'에 무게를 실은 바 있다.

여당 역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서민들의 저항감이 큰 전기요금 인상에 부정적 기류가 뚜렷한 상황이다. 또한 이달 말부터 내달 초까지 이어지는 추석 황금연휴 기간 전기요금 인상 이슈가 오르내리는데 대한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산중위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명절 밥상에서 물가 올라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면 안 된다. 혹 전기료를 올리더라도 추석 연휴 이후까지는 상황 추이를 살펴보며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한전 부채의 원인이 전 정부의 요금인상 타이밍을 실기했기 때문인 만큼 국감에서 야당도 이를 따지고 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오는 1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차기 사장 후보로 단수 추천된 김동철 전 의원의 사장 선임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김 전 의원이 사장으로 임명되면 한전 출범 62년 만의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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