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 서울본부 현판과 오피스텔 건물 내 전기 계량기의 모습. 사진은 레이어 합성. 2023.2.2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 서울본부 현판과 오피스텔 건물 내 전기 계량기의 모습. 사진은 레이어 합성. 

 

 한국전력공사가 동절기 피크기인 올 1월에도 전력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를 상회하며 9개월 연속 흑자 구조를 유지했다. 국제 에너지연료 가격이 1월 이후에도 엇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어 1분기 흑자 기대감이 높다.

흑자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누적 202조 원의 부채를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은 여전하다. 총선 이후에야 전기요금 조정이 예상되지만 고물가에 대한 서민부담 등 외부변수가 많아 인상 폭 및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17일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월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구입한 구매단가는 kWh당 138.9원으로 판매단가 165.6원에 비해 26.7원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18개월간 이어진 역마진 구조를 지난해 5월 깬 이후 9개월째 판매단가가 구매단가를 상회하고 있다.

송변전 설비 관리·유지와 인건비 등 제반비용을 감안하면 통상 11%가량의 마진, kWh당 20원 안팎의 수익을 거둬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한전은 1월 수천억 원의 흑자를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좋은 영업실적은 호재이지만, 202조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 입장에선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되기는 힘들다. 매년 평균 4조~5조 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충당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영체질 개선을 위해 시급한 부채탕감은 전기요금 인상 외에는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요금인상 시점과 폭은 여전히 미궁이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정부여당의 시선이 온통 쏠려있어 전기요금뿐 아니라 시급하지 않은 정책들의 공론화가 모두 선거 이후로 미뤄진 상태이다. 2분기 전기요금 결정 시점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인상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총선 이후 정치 이슈가 수그러들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을 마냥 낙관하긴 힘들다.

최근 사과값으로 대표되는 물가 상승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점도 한전에는 악재이다. 2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다시 3%대 상승률을 보이면서 재정당국이 물가잡기를 정책 최우선 순위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전기요금은 전체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 재정당국으로서는 물가 상승을 억누를 때마다 요금 동결 내지 인하 카드를 꺼내왔다. 당장은 흑자를 내고 있는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보다 시급한 물가잡기에 정부가 방점을 찍으면 요금인상 시점은 더 지연될 수 있다.

전력업계에서는 한전 재무구조 개선이 미뤄질수록 미래신산업 및 전력망 투자가 위축되는 부작용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우리나라 교역 2위 국가인 미국이 값싼 전기가 정부의 우회적인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철강 품목에 상계관세를 물리는 등 국제사회의 견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정부가 전력공기업의 적자를 감수하고 요금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지속될 경우 국제 무역시장에서 마찰이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산중위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전기요금 원가 연동제 도입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분기마다 반복되는 정부 개입론 부담을 덜고, 요금도 합리화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발전공기업 한 관계자는 "수소 등 발전원의 전환 시기 필요한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요금 현실화·합리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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