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진료센터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3.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진료센터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18일이면 한 달 째를 맞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사전 통지서가 발송되고 소명 시한이 임박한데도 복귀한 전공의가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은 다음주부터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에 돌입한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는 한편 의대교수들에게도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이 가능하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20개 대학이 모인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는 지난 15일 회의를 열고 오는 25일부터 각 의과대학 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회의에 참여한 의대는 강원대·건국대·건양대·계명대·경상대·단국대·대구가톨릭대(서면 제출)·부산대·서울대·아주대·연세대·울산대·원광대·이화여대·인제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한양대 등이다.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는 교수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8일부터 사직서 제출을 예고했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18일 오후 5시 총회를 열고, 사직서 제출 시기 등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전국 의대 비대위는 오는 22일 회의를 열고, 사직서 제출 이후 응급실 진료, 중환자실 진료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에 대해서도 진료유지명령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박 차관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에 2000명이라는 수치를 풀어주면 협상을 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날(1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이유는 현재 의료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도저히 보이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하면) 국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해보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수치를 풀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2000명 증원' 규모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가 정원 문제를 두고 특정 직역과 협상하는 사례는 없다"며 "협상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은 위태로워 질 것이라는 식의 제안에는 더욱 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3.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3.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정부는 의대증원 절차에도 속도를 내고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의대 정원 배정 심사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증원분 배정을 이달 안으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배정위원회는 각 대학의 제출사항과 교육여건을 점검하고 배정기준인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 구축, 지역 거점대의 권역 중심 병원 중추역할 제고 등의 방향으로 의대 정원을 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2000명 가운데 80%를 비수도권에 배분하고, 수도권에는 20%만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더해 정부는 의료공백의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앞서 158명의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등을 주요 병원에 배치한 데 이어서 오는 25일까지 250명 정도를 추가로 파견할 예정이다.

응급실 과밀화를 방지하기 위해 '경증환자 분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43개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경증·비응급환자를 인근 의료기관으로 안내할 경우 정책지원금을 지급한다. 여기에 예비비 67억50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환자의 신속한 전원과 협력 및 진료 체계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종합병원 100개소를 상급종합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할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하고, 협력을 위한 지원 강화를 추진한다. 각 병원의 진료협력센터 인력에 대해 인건비로 신규채용 시 월 400만원 한도 내 실비를, 기존 인력에 대해서는 1인당 최대 200만원을 지원한다.

의대 교수들이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한 25일은 정부로부터 3개월 면허정지 사전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이 정부에 의견을 제출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다. 수령 기간 내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직권으로 처분할 수 있다. 면허가 정지되면 소속된 대학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오는 25일 의대 교수들 마저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이탈하면 의료현장의 혼란은 더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빅5 병원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수술, 입원 건 수를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일부 교수들은 신규 외래 환자를 더 이상 받지 않는 상황"이라며 "교수들이 현재 의료진으로 밤샘 당직을 서가며. 이 상황을 감당하는 것도 체력적으로 한계다. 곧 바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겠지만, 결국에는 (인력부족을) 버티지 못하고 관둘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방 위원장은 "의과대학 교수들은 환자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며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사직서가 완료(수리)되기 전까지 환자를 떠날 생각이 없다. 특히 응급실과 중환자실 진료를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선을 다해서 환자들을 지킬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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