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4.1.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005930)가 인공지능(AI)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의 AI 칩 수주를 확대하는 한편, 대규모언어모델(LMM)에 특화한 AI 가속기 칩 생산까지 예고했다.

바이든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세 확장에 나선 가운데 AI 시대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TSMC 앞서가고 인텔 추격하고…삼성 "결국은 기술"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고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해 2~3년 내에 빼앗긴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메모리 사업의 수익성 강화와 함께 지속 성장이 가능한 파운드리 사업구조 마련을 약속했다. 모바일 위주의 수주를 넘어 AI 칩 수요를 가져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24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의 점유율은 61.2%, 삼성전자는 11.3%로 집계됐다. 두 기업 간 점유율 격차는 49.9%포인트(p)로 전분기 대비 확대됐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맡고 있는 TSMC는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엔비디아가 최근 공개한 차세대 GPU인 '블랙웰' 또한 TSMC가 생산을 맡는다.

파운드리 재진입을 선언한 인텔의 추격도 삼성에는 부담이다. 중앙처리장치(CPU)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는 인텔은 이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인텔에만 85억 달러(약 11조 4000억 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 자국 반도체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나노미터(nm) 선단 공정을 바탕으로 AI 칩 시장으로 영토를 넓혀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일본 PFN과 2나노 공정 기반 AI 가속기 칩 수주계약을 맺었다.

가동을 앞둔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는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의 AI 칩렛 반도체 '퀘이사'와 미국 AI 솔루션 기업 '그로크'의 4나노 AI 가속기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2023.12.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2023.12.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AI 가속기 직접 만든다…LLM 특화 '마하-1' 승부수

삼성전자는 자체 AI 가속기 칩 개발도 공식화했다. 이른바 '마하-1'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마련한 일반인공지능(AGI) 컴퓨팅 랩에서 개발 중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주주총회에서 "현재 프로그래머블칩(FPGA)을 통해 마하1에 대한 기술 검증이 완료됐고 실제로 시스템온칩(SoC) 디자인을 진행 중"이라며 "연말 정도에 칩을 만들어 내년 초에 저희 칩으로 구성된 AI 시스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부문에서 AI 시장 대응에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AI 가속기 칩 생산에 직접 뛰어들어 판도를 바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경 사장도 "메모리 등 기존 사업만으로 장기적으로 반도체 1등을 유지하지 못한다"며 적극적인 신사업 추진을 시사했다.

마하-1의 구체적인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LLM의 매개변수를 압축해 구동하는 데 특화한 AI 가속기 칩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개변수를 압축하면 메모리 사용량이 줄어 HBM을 사용하지 않고도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 사장은 마하-1에 대해 "마하는 '트랜스포머 모델'(데이터의 맥락과 의미를 학습하는 신경망)에 적합하게 디자인됐다"며 "여러 알고리즘으로 메모리와 GPU 사이 병목 현상을 8분의 1 정도로 줄여 HBM 대신 LP(저전력) 메모리를 사용해도 LLM 추론이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라고 했다.

유회준 카이스트 AI반도체대학원 교수는 "LLM의 매개변수를 압축하면 엔비디아의 GPU가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마하-1은) 매개변수를 줄여서 (AI를) 돌리려는 칩으로 예상한다"며 "데이터센터에서 AI용으로 특화해 사용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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